문) 앨튼 의원님, 그동안 북한과의 건설적인 대화와 접촉을 강조해 오신 분으로서 천안함 사건의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답) 천안함 침몰과 장병 46명의 사망은 최악의 한반도 정전협정 위반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모하고도 호전적인 도발 행위였습니다. 반면에 저는 한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냉정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문) 영국에서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논란은 없습니까?
답) 영국에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논란은 없습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고 있지만, 북한 말고 다른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다음 수순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사위원회에 중국이 참여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이 직접 진상을 알게 해야 합니다. 과거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했을 때 중국이 이를 뻔뻔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전통적인 동맹국인 북한의 행동에 대해 점점 실망하고 있습니다.
문)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영국 의회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습니까?
답) 어제 (2일) 열린 상원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천안함 문제를 제가 직접 제기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건을 회부하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이 이를 지지하고 중국 측과도 이 문제와 관련해 대화와 접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천안함 사건 당시 어떤 인류에 대한 범죄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하고 이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에도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영국 정부는 의원님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내놓았습니까?
답) 외무부의 데이비드 하우엘 차관이 답변을 했는데요, 북한이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견이 다릅니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 영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한국은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입니다. 조사 결과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북한 어뢰 잔해도 발견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수단의 알-바시르 대통령에 대해서도 다르푸르에서 저지른 행위와 관련해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습니까? 천안함 승조원 46명의 사망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국제형사재판소가 조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저명한 법조인 출신의 다른 의원들도 대정부 질문 시간에 저의 이런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문) 영국에서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없습니까?
답)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뒤 영국주재 한국대사를 두 번 만났습니다. 영국이 북한과의 접촉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적어도 몇 나라는 북한과 직접 논의할 창구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북한주재 영국 외교관들을 철수시키는 것을 포함해서 모든 방안을 고려해야겠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까지 돼야 한다고 말하는 한국인들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문) 당장 북한과 관계를 단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씀이군요.
답)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을 모두 유지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양에는 영국대사관이 개설돼 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와도 직접 대화해야 합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영-북 의원협회 주최로2주 후에 영국 국회의사당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에 관한 회의가 열립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가 연사로 초대될 예정인데요,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북한 측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분노와 우려를 나타낼 겁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됐는데, 또다시 한반도에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말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3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여기에는 1천 명이 넘는 영국군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유엔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여야 하며, 국제형사재판소에도 회부해야 한다고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이 주장했습니다. 앨튼 의원은 영국 의회 내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지난 2004년 부터 영국 의회 내 영-북 의원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한 바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앨튼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