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한 진정성 보여야”

한국 정부는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간 대화와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핵 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간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한 데 대해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사업 등을 언급하며 대화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 분석'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그러나 북측은 “남북관계의 악화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면서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한편 남남갈등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강온양면 전술로 볼 때 대화 재개를 위한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북한이 핵 문제와 남북관계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때 남북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남측에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것은 후계구도 안정화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대내외적 환경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입니다.

"북한 신년사설에선 북한 정권의 절박함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이 되려면 남은 경제강국을 달성해야 하는 데 이는 논리적 이념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상당히 절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 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의도대로 이끌었다고 판단한 만큼 올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직접대화 의사를 내비쳤던 지난 해 사설과 달리 남측과의 직접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한반도 주변국이 남북간의 긴장 완화와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대남정책의 기조를 조정해나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고 추가 도발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합니다.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결상태 해소를 이야기하면서도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조한 점으로 미뤄 외교적 수사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신년 사설에서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고 언급한 만큼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세습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결속을 다지면서 3차 핵실험 등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이승열 박사입니다.

"올해 대남 정책은 김정일 위원장의 최대 목표는 후계체제 안정일 것이므로 현재 북한이 처한 현상 타파는 북한 지도부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올해 남북관계 역시 대화를 통해 잘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 통일부는 또 북한이 올해를 ‘경공업의 해’로 규정하고 경공업 부문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만큼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 성과 달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경제 문제를 사설 제목으로 등장시킨 것은 북한의 절박한 내부 사정이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북한은 올해 사설에서 '경공업'이란 단어를 21차례, '인민생활' 이란 표현을 19차례나 썼습니다. 이는 8차례 등장한 '김정일 위원장’과 14차례 나온 '선군'이란 단어보다 많은 것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올해 경공업을 중심으로 인민생활을 내세운 것은 과거와 비교할 때 특이한 일입니다. 신년 사설 원고량이 2백자 원고지 80매가 채 안 되는데 경공업 부분에 대해 8매씩이나 할애해서 언급한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자력갱생 원칙을 강조하는 가운데 지난 해에 언급한 대외경제 부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올해도 보수적 정책을 견지하면서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초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지시로 대풍국제투자그룹을 설립, 대대적인 외자 유치에 나섰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이 사설에서 지하자원 개발을 통한 '자금 확보'를 강조한 것은 지하자원을 중국에 팔아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통일부는 분석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2009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중단했던 대중 무연탄 수출을 지난 해 1분기 이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