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베트남 국경경비대에 체포됐다가 미 외교관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간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들이 미 정부와 지원단체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탈북민들은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꿈을 펼쳐보고 싶다고 VOA 에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탈북민 지원 단체인 갈렙선교회는 VOA 등 여러 외신에 베트남 국경경비대에 체포된 탈북민들이 도움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보내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동영상에는 절대로 북송될 수 없다며 도로에 누운 채 자해를 시도하는 모습과 여러 탈북민이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녹취: 탈북민들] “여보세요, (흐느끼며) 언니 (죽으면) 안 됩니다. 빨리 우리를 데려가 주세요.” “사람들 모두 쓰러졌습니다. 목사님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우리 지금 베트남 국경에 체포되어 북송되기 직전입니다. 사람들 모두 쓰러졌습니다. 제발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당시 탈북민 13명은 베트남을 경유한 뒤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베트남 국경경비대에 체포돼 중국으로 강제 추방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 국적이 있는 아이와 탈북민 엄마는 한국행을 포기하고 결국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11명은 중도에서 탈출한 뒤 베트남으로 돌아갔다가 국경수비대에 다시 체포되자 자해 소동을 벌인 겁니다.
당시 동영상을 촬영해 도움을 요청한 탈북민 강영금(가명) 씨와 주동훈(가명) 씨입니다.
[녹취: 강영금 씨] “중국 국경에서 국경경비대가 오토바이 타고 올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다시 뛰어서 베트남 국경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살려달라고 언니들이 막 까무러치고 쓰러지고 하니까…”
북한정의연대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동영상 중 베트남에서 이동하는 탈북민들.
[녹취: 주동훈 씨] “그때는 어디 사람인가 물어봐서 한국 사람이라고 얘기했지만, 신분증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 이 사람들은 북한 사람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중국으로 넘겨 보내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희들은 살려고 중국에는 죽어도 못 간다고 떼를 썼어요. 누나들도 많이 졸도하고.”
외신들의 보도로 관심이 커지자 미국 외교관들이 이 사안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탈북민들은 다행히 한 달 정도 현지(랑선)에 체류한 뒤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이들이 한국에 안착한 뒤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탈북민들이 미국 외교관들의 신속한 도움으로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었다며, 이 중에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 관여하는 미 관리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남성 3명과 여성 8명 등 탈북민 11명은 한국 당국의 조사와 사회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거쳐 최근 한국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강 씨 등 탈북민들은 16일 VOA에, 도움을 준 미 외교관들과 갈렙선교회, 자신들의 소식을 빠르게 전해 준 미국 언론과 외신들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영금 씨]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어떻게 한 마디로 할 수 있겠어요? 정말 정말 감사하고 그렇죠. 고맙습니다.”
탈북민 주동훈 씨는 체포 뒤 북동부 랑선의 한 복지센터에 한 달 넘게 체류했었다며, 베트남 당국자로부터 미국과 유엔이 자신들을 도와줬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주동훈 씨] “저희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미국이 도와준다는 그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아 미국 분들도 다 좋은 분들이구나. 진짜 다 죽게 된 상황에서 우리를 살려준 분들을 잊지 못하죠. 이렇게 고생하면서 모든 것을 깨닫고 도와준 선생님들에게 정말 감동이 되고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VOA에, 미 언론들이 국무부와 베트남 대사관에 탈북민들의 동영상을 전송하며 입장을 물은 뒤 미 외교관들이 신속히 베트남 당국을 접촉해 탈북민들을 추방하지 말라며 압박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에 대한 VOA의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베트남의 입장과 탈북민 사안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무부가 확인하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베트남 관계가 그만큼 가까워진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베트남은 지난 1995년 수교 이후 교역액이 171배로 커졌으며, 백악관은 최근 동남아시아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 등 영향력 확대에 맞서 베트남과 안보·경제 등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그러나 베트남은 여전히 탈북민들에게는 위험한 국가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천안에 있는 갈렙선교회 사무실에서 김성은 목사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녹취: 김성은 목사] "(베트남) 대사관에 들어가면 한국에 올 확률은 거의 99.9%이지만, 그래도 공산국가이고 이념적으로는 북한과 같이 가는 국가이기 때문에 도중에 체포되면 상당히 우리도 모르게 중국으로 추방됐다가 북한으로 북송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베트남은 지난 2015년에 국경에서 체포한 아기와 청소년 등 탈북민 9명을 중국으로 추방했으며, 유엔인권기구(OHCHR)가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이들의 북송 중단을 촉구했지만, 중국은 이들을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목사는 기존 중국에서 라오스를 경유해 태국으로 가는 통로가 많이 봉쇄되면서 브로커(중개인)들이 베트남 등 새로운 길을 뚫으면서 사고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 국경 지역의 단속 강화로 브로커가 직접 동행하지 않은 채 탈북민들만 택배 보내듯이 국경 너머로 보내면서 체포와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 목사는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민들이 최근 갈렙선교회를 찾아 인사를 왔다며, 환한 얼굴을 보니 자신이 더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정말 반갑고,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도와줬다기보다 이들이 감사함을 알고 교회에 출석도 하고, 김일성을 찬양하던 사람들이 교회 나와서 찬양하며 같이 할 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이들이 앞으로 한국 정착에 있어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도울 겁니다.”
수의사가 꿈인 강영금 씨는 자유를 찾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며, 열심히 공부해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영금 씨] “제가 오직 원하고 바란 것은 자유였어요. 사람이 한 번 태어나서 백 살도 못 사는데, 미국에도 가고 싶고 프랑스도 가보고 싶고. 그런데 북한은 제한돼 있잖아요. 제가 수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학원에 다니고 직업을 잡아서 회사에 들어가 일하면서 대학을 가는 게 지금 목표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