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선권 ARF 불참...“미-중 갈등 이슈로 선전전 효과 기대 접은 듯”

지난해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한 각국 외교장관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리선권 외무상이 오는 12일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 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데 대해, 북한이 자신들의 바라는 선전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 리선권 외무상의 ARF 불참에 대해, 이번 회의에서 주요 현안인 미-중 갈등에 북 핵이나 대북 제재 문제가 묻혀버리면서 북한이 선전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그동안 미-북 사이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온 아세안 무대를 핵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제재 완화를 설득하는 선전의 장으로 활용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과거에도 보면 자신들이 주인공이 돼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왔거든요. 제재를 회피해야 될 때 또는 대화가 진행될 때 그러면서 갈등을 무릅쓰고라도 해오긴 해왔는데 이번 경우엔 북한 이슈 자체가 뒤로 밀려 있고 사실상 뒤로 밀려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관심을 덜 보인다고 봐야겠죠.”

신 센터장은 이와 함께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자신들의 대미 노선을 정하겠다는 나름의 시간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미 외교전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미-중 갈등이 이념과 체제 경쟁으로까지 번지는 과정에서 중국을 옹호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던 북한이 미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전략적으로 호흡 조절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북한이) 미국의 대선구도 그리고 최근 미-중 사이의 이념의 경쟁구도에서 분명한 중국의 편을 들어왔다라는 뭔가 기울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조금 호흡을 조정하는 그런 모습이다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봅니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리 외무상의 불참에 대해 지난 7월 대미 메시지 공세 이후 잠잠한 북한 당국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지금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홍수와 잇단 태풍 피해로 북한이 내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화상회의로 진행된다는 점이 북한으로선 선전전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화상회의를 통해선 북한이 원하는 만큼의 선전전을 하기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겠죠.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사람들 쭉 있는 데서 자신들의 입장을 얼굴 마주치고 눈 마주치고 하는 게 북한의 방법인데 화상으로 그런 얘기를 하면 아무래도 집중도나 관심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신범철 센터장도 ARF 공식 회의는 다자회의지만 이를 계기로 많은 양자 회의들이 열린다며, 이번엔 화상회의로 방식이 바뀌면서 북한으로선 핵 개발의 정당성과 제재의 부당성을 설득하는 양자 회의의 기회를 잃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끌어낼 계획입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인철 대변인] “이번 회의는 작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 제고된 대아세안 외교 추진 동력을 유지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관련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을 다시 한번 당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탓에 남북 외교당국간 접촉이 불가능해졌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해 아세안이 어떤 평가를 하는지 북한도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하고 있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