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로나 사태 속 강경 외교 취할 것”

지난 15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을 맞아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언덕 김일성 동상에 꽃을 바치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외교적으로 더 강경하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쟁력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EI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이 외교적으로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고 경제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단체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교정책 측면에서 북한이 기본적으로 ‘벙커 심리’(Bunker Mentality) 즉, 위험하게 나서지 않고 기다리는 다소 소극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며, 특히 이는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혼합돼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은 외부 세계에 자신들의 그 어떠한 약점도 노출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외교적으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3월과 4월에 계속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를 설명해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자신들이 국방력 증강에 전혀 소홀함이 없다는 것을 과시하려 했다는 겁니다.

이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다양하고 발전된 발사체 시험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군사적 위협을 외부 세계에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나아가 이 같은 발사는 앞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해 북한이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미리 계산하고 움직인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미-북 간 외교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대북 지원 의사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상황을 통해 이를 짐작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북한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내부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에서 약점을 지닌 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는 미국과 북한의 외교적 관여 가능성을 급격히 낮췄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 1월 국경을 봉쇄하면서 무역 규모가 크게 줄었고, 특히 1월과 2월 무역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이상 줄어든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런 상황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이행해 북한의 수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올해 북한의 농업 생산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수입 제한 조치로 농번기를 앞두고 북한이 비료와 농기구 등을 제때 들여오지 못하게 됐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 내 산업생산 역시 줄고 장마당의 물가상승으로 민간 소비가 줄어드는 등 수출과 생산 감소, 민간 소비 침체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올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 GDP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런 상황이 북한의 정치적 안정을 위협할지는 분명치 않다며,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이 부정적 경제 지표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해 단기적으로는 북한 정권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