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 검증 합의를 거부함에 따라, 나머지 5개국들이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고질적인 에너지난에 시달려온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한 지원마저 중단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최근 대 북 지원 중단 결정과 북한의 에너지난에 대해 김근삼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중단 결정이 어떻게 내려진 겁니까?
답: 북한이 핵 신고 검증 합의를 거부함에 따라 이뤄진 것입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8일부터 나흘간 베이징에서 수석대표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북한이 이미 제출한 핵 신고의 검증 방안에 합의하는 것이었는데요, 의장국 중국은 나머지 참가국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검증의정서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나머지 5개국은 초안에 대체적으로 동의한 반면, 북한은 '시료채취'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면서 초안에 대한 논의조차 거부했습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참가국들은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행동대 행동에 원칙에 의거해서 대 북 지원도 중단하기로 한 것입니다.
문: 지금까지 6자회담에 따라 북한에 에너지가 어느 정도 지원됐습니까?
답: 6자회담에서는 1단계 조치인 북한의 핵 가동 중단에 대한 대가로 우선 중유 5만t에 상당하는 에너지 지원이 이뤄졌고요. 현재 진행 중인 2단계에서는 핵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의 대가로 중유 95만t에 상당하는 에너지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12월 현재까지 50만t 정도의 에너지가 지원됐고, 미국은 이 중 20만t 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6자회담에서의 결정에 따라, 북한이 검증의정서에 합의할 때까지 에너지 지원이 재개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특히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6자회담 나머지 참가국들이 모두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느껴집니다.
문: 북한이 이미 고질적인 에너지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6자회담에서의 에너지 지원 중단 결정으로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답: 북한은 소련 붕괴 이후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자급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6자회담 지원 중단으로 에너지난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에너지 부족이 심각한 북한의 입장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규모 에너지 지원도 절실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문: 북한의 에너지난이 얼마나 심각합니까?
답: 일부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만큼, 에너지 지원도 시급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식량난은 당장 굶어 죽는 사람이 발생하면서 외부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에너지 지원은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덜 부각돼왔기 때문인데요.
한국 통일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필요한 전력량은 360억 킬로 와트지만, 2005년 기준 생산량은 215억 킬로 와트로 150억 킬로 와트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2005년 생산량을 기준으로 북한의 전력 생산은 한국의 1/17 정도입니다.
평양에서 마저 정전이 자주 발생할 정도로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공장 가동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이렇게 근본적인 전력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문: 북한의 고질적인 에너지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뭡니까?
답: 북한 '로동신문'은 지난 11일자에 '부강 조국 건설의 생명선'이라는 장문의 정론을 실었는데요. "석탄은 조국 건설의 생명선이고, 석탄 전선을 외면하는 사람은 진정한 애국자라고 할 수 없다"면서 석탄 증산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에너지 부족이 심각하고, 정치적 상황 등으로 인해 외부 지원도 어려운 상황에서 석탄에 더욱 매달리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북한은 기본적으로 발전 시설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생산의 상당부분을 석탄과 구형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와 오일쇼크로 석유 공급이 줄면서 더욱 심화됐는데요. 하지만 석탄 채광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가 계속 노후 되고, 수해로 인한 탄광 유실 피해도 발생하면서 오히려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에너지 생산이 부족하다 보니 경제 활동에 지장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경제난은 에너지 생산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따라서 북한이 에너지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 개방을 통한 경제 개발이 우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