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북한 정부가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경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북한경제는 외부로부터의 원조 감소 등으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경제를 개선하려면 시장경제로의 과감한 개혁과 이를 통한 대외협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김근삼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가 개최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보도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우월성에 의거해서 중요 부문의 생산을 늘리고, 대외경제 관계를 확대하는 문제가 토의됐습니다.
생산 증대와 대외협력 확대가 경제 개선의 필수적인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 문제 해결과 북한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스티븐 해거드 교수는 북한 정부가 계획경제를 고수하고 개혁을 거부하는 한, 실질적인 개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사회주의자들이 말하는 중대 부문의 생산성 증대는 노동력 동원을 의미한다"면서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사상교육 등을 통해 주민들을 공장에 다시 나오도록 하는 것은, 개혁의 조짐이 아니라 사회주의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북한 정부는 부분적으로 시장을 허용했다가도 다시 통제를 강화하고 배급체계를 추진하는 등,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해거드 교수의 주장입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 중 '대외경제 관계를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는 부분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의 개방이 우선돼야 한다고 해거드 교수는 지적합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경제는 여전히 극도로 폐쇄적"이라면서 "개성이나 라진 등 특구가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와 무역을 유치하려면 경제를 훨씬 더 많이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의 본격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미국의 민간단체인 아시아재단의 북한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도 북한 당국이 대외협력을 강조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경제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스스로의 체제 때문"이라면서,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외부 투자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 증대를 위한 자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이전에 비해 더욱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스티븐 해거드 교수는 북한경제가 2005년 이후 내리막을 향했으며, 올들어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지난 2005년 북한 정부가 국제 원조기구의 활동을 거부하고 계획경제로 회귀하면서, 북한경제는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면서 " 이후 핵 실험으로 한국 정부의 식량과 비료 지원이 줄어든 것은 북한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말했습니다.수출입 측면에서도 2000년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북한의 대 중국 수출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최근 국제적인 금융위기와 식량가격 상승은 북한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조치도 경제 개선 효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면서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돼도 북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돈이 몰려들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이어 "북한은 여전히 경제개혁을 이루지 못했고, 수익성도 낮은 지역"이라면서 "지금 같은 금융위기에서는 이런 지역에 투자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의 안보 위협이 먼저 해결돼야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북한 정부의 개혁 없이 이런 위협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