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HCR “탈북난민 수용소, 유엔 차원 논의 없어”

한국 정부가 태국과 몽골 등에 탈북난민 수용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립 가능성과 탈북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난민 단체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의 체류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은 이 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으며, 한국과 관련국 정부 간에 협의가 있더라도 초기단계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태국과 몽골, 러시아 등 탈북자들이 많이 체류하고 있는 지역에 난민수용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통일부에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이같은 내용의 `대통령 지시 문건'을 공개한 한국 국회의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외교통상부 주관으로 관계국과의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요지는 결국 지금 수만에 걸친 탈북자들이 중국, 동남아 지역을 배회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수용하고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해외에 건립하라는 지시가 되겠죠."

이에 따라 난민수용소의 건립 가능성과 탈북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제사면위원회 미국 지부장을 지낸 북한 인권 전문가인 데이비드 호크 씨는 탈북자들의 체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호크 씨는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탈출하고 또 중국에서 이동하면서 혹독한 상황을 겪지만, 태국에 도착한 뒤에도 경찰에 붙잡히면 다시 6개월 이상 감옥에서 지내게 된다"며 "탈북자들이 감옥이 아닌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태국에서 난민 지원 활동을 했던 호크 씨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 사이에 태국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난민을 위한 수용소가 설치됐던 선례가 있고, 최대 50만 명의 캄보디아 난민이 태국에 체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소피 리처드슨 아시아 담당 국장도 앞으로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탈북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처드슨 국장은 "탈북자들을 위해 가장 극적인 변화는 중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난민수용소도 탈북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추진된다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은 난민수용소 건립 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으며, 한국과 관련국 간에 협의가 있더라도 초기단계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의 미셸 가바단 미주 대표는 "최근 한국 정부와 유엔 사이에 난민수용소 건설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면서"관련국 간에 협의가 있더라도 아직 초기단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바단 대표는 이어 "유엔은 탈북자 난민수용소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며, "난민수용소가 생기면 탈북자들의 체류기간이 오히려 길어지는 등 역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근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