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신고에서 핵무기가 제외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완전한 핵 신고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핵 신고에 핵 프로그램과 시설만 포함되며, 핵무기는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 핵 문제의 핵심인 핵무기가 포함되지 않은 신고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비록 핵 신고에 핵무기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향해 여전히 중대한 진전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근삼 기자입니다.
북한이 26일 제출할 예정인 핵 신고서에 핵무기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워싱턴에서는 이미 북한의 핵 신고가 완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포함하지 않은 핵 신고는 완전하고 정확할 수 없다"면서, "북한은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하기로 합의했고 따라서 핵무기는 포함됐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핵 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지난 해 2월 미국과 베를린 양자회동에 이어 전격적으로 재개된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고, 나머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보상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합의문에 핵무기에 대한 신고방법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도 그동안 북한의 핵 신고에 포함될 내용으로 핵 프로그램과 시설, 핵 물질만을 언급해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헤리티지재단에서 행한 연설에서 핵무기는 다음 단계에서 다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도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북한의 신고서에서 핵무기는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외교단체인 외교협회의 찰스 퍼거슨 박사는 핵무기가 빠졌다는 점은 실망스럽지만, 핵 신고 자체로도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핵무기가 빠진 핵 신고는 분명히 불완전하며 실망스럽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1만8천 쪽의 핵 시설 가동 자료를 제공한 데 이어, 핵 프로그램과 시설에 대한 신고를 한다면 비핵화를 위해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를 토대로 다음 단계에서 핵무기를 다룬다는 입장입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헤리티지 재단 연설에서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 양을 명확히 알게 되면, 플루토늄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도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는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됐다"면서 "우선 플루토늄 생산량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규명한다는 순서는 옳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핵무기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농축 우라늄과 핵 확산에 대한 신고에도 우려를 갖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는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과 영변 원자로를 비롯한 모든 핵 관련 시설을 다 포함해야 한다"면서 "핵무기가 제외되면서 북한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완전한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더 큰 우려를 갖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부시 행정부는 임기 내에 2단계를 종료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북한으로부터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받았는지, 아니면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최소한의 신고를 받았는지는 앞으로 미국 의회가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