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북한 식량위기 악화, 외부지원 시급’

북한이 극심한 식량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심각하고 비극적인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국제식량계획 WFP가 밝혔습니다. WFP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흉작과 함께 국제 식량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 이후 최악의 식량 부족 사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부터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을 검토해온 미국은 아직까지 지원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엔 산하 국제식량계획, WFP가 북한의 심각한 식량 상황에 대해 경고하고, 국제 사회의 신속한 지원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장 피에르 드 마저리 WFP 평양사무소장은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주의적 식량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드 마저리 소장은 “북한에서는 대규모 식량 사태 조짐이 있다”면서 “식량 사태로 이어질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식량 위기의 주요 원인은 국제 식량가격 급등과 지난해 홍수로 인한 흉작입니다. 드 마저리 소장은 옥수수와 곡물 등 기본 식량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최소한 두 배 이상 뛰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대북지원단체 ‘좋은 벗들’도 16일 발간한 소식지에서 “남포의 쌀값이 지난달 말 2천원선을 넘어선지 채 2주도 되지 않아서 2천5백원을 넘었고, 이제는 3천원대를 향해 맹렬히 치솟고 있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쌀값이 미쳤다’는 말이 나오고, 시장에 가도 쌀과 옥수수를 구경하기 조차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겪었으며, 최소한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WFP는 북한이 지난해 주민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 식량 요구량의 80%를 확보했지만, 올해는 60%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장 피에르 드 마저리 WFP 평양사무소장은 북한의 식량 배급 체계에도 과도한 부담에 따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드 마저리 소장은 “북한의 지역 정부 관계자들이 주민에 대한 식량 배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 배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WFP는 대북 긴급 식량지원을 위해 최근 후원국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지만, 후원국들은 북 핵 협상 지연과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도 드 마저리 소장의 말입니다.

북한 정부는 지난달 한국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습니다. 또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항의하면서, 정부 관계자간 접촉도 중단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지원과 경제 협력을 북한의 비핵화 의무 이행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한국으로부터 대량의 쌀과 비료를 지원받았지만, 올해 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아직 대북 식량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드 마저리 소장은 대북 비료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은 앞으로 더욱 극심한 식량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드 마저리 소장은 “긴급 지원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늦어도 5월 말까지는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 상황으로는 이에 맞춰서 지원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도 지난해 부터 북한에 대해 50만톤 규모의 대규모 식량지원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지원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대북 식량지원은 계속 검토 중인 사항”이라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