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한일 확장억제 강화 반발 담화…연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북한 관영매체들이 지난달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훈련을 모두 지도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이 미한일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해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곧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까지 나섰습니다. 북한은 `맹렬한' 군사적 대응을 예고해 한반도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최선희 외무상은 17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 외무상은 “그것은 미국과 추종세력들에게 보다 엄중하고 현실적이며 불가피한 위협으로 다가설 것”이라며 “미국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최 외무상은 “며칠 전 미국과 일본, 한국이 3자 수뇌회담을 벌려놓고 저들의 침략적인 전쟁연습들이 유발시킨 북한의 합법적이며 당위적인 군사적 대응 조치들을 ‘도발’로 단정하면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대해 횡설수설한 데 대해 엄중한 경고 입장을 밝힌다”고 언급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동남아국가연합,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3자 회담 결과를 겨냥한 겁니다.

세 정상은 당시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최 외무상은 이에 대해 “필경 이번 3자 모의판은 한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 불가능한 국면에로 몰아넣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대변하는 최 외무상이 직접 나서 미국을 향해 강대강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향후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전략도발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북한은 특히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태평양을 향해 중장거리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계속 시험발사하거나 정찰위성 등을 발사함으로써 미일과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랜 미국통으로 알려진 최 외무상의 이번 담화는 지난 6월 외무상으로 승진한 이후 첫 담화입니다.

미한일 정상회담이 외교행사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 북한의 외교 수장이 나섰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최 외무상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책임연구위원] “지금 대외 통전 라인을 총괄하는 김여정과의 밀착도도 높고 김정은의 신임도도 전임자보다 높은 것으로 보이고 그런 측면에선 최선희 외무상 담화에 좀 더 무게를 싣지 않았나 싶습니다.”

북한은 또 최 외무상이 담화를 발표한 지 1시간 40분만에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나섰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7일 오전 10시 48분께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사일 비행거리는 약 240㎞, 고도는 약 47㎞, 속도는 음속의 4배인 마하 4 정도로 탐지됐고,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을 향해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미사일은 또 북한이 최근 개발한 고체연료의 KN 계열 미사일로 전해졌고 세부 제원은 미한 정보 당국이 정밀분석 중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난 담화와 연이은 미사일 도발을 규탄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김인태 책임연구위원]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와 방식의 미사일 도발과 핵 사용 위협 언사 등으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올해 62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차 감행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임 대변인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은 미한 동맹의 억제력과 미한일 안보 협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대화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최 외무상 담화가 미한일 확장억제력 강화에 대해 ‘정비례의 군사적 대응’을 분명히 했다며, 담화 직후 SRBM 발사는 이런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확장억제력을 추가 제공하겠다 이렇게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결국 군사력을 추가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도 똑같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를 설정한 거죠. 그래서 오늘 미사일을 쏜 것은 거기에 대한 예비적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라고 보여집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지난 9일 평안남도 숙천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한 뒤 8일 만에 재개한 겁니다.

한국 합참은 “굳건한 미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한은 이날 오전 서애류성룡함 등 양국 이지스 구축함이 참여한 가운데 여러 탐지 자산을 통합해 연합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합참은 이 훈련이 최근 연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비한 훈련으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전에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플라이트레이더24’ 등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17일 오후 미 공군의 정찰기 ‘리벳조인트’가 중부지방 상공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행하는 항적을 노출했습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리벳조인트’ 출격은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미국이 반드시 후회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한 대목은 추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 등 전략도발에 나설 의지를 드러냈다는 관측입니다.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억제 강화 조치들에 북한이 대형 도발로 응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국방력 강화에 대한 5개년 계획을 세워놓고 지금 2차년도를 지나고 이제 3차년도에 할 일들이 있거든요, 북한 입장에선. 화성-17형 완성, 핵실험 다시 하는 것, 전술핵 전쟁 태세를 완비하는 것 기본적으로 이 방향으로 나아갈 건데 그러면 한미일이 보다 강화된 전열정비를 해서 대응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기본적으로 양쪽이 충돌코스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북한은 앞서 지난 9월 26∼29일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투입된 동해상 미한 연합훈련에 이어 같은달 30일 미한일 대잠수함전 훈련 직후인 10월 4일 일본 열도를 넘어 4천500㎞를 날아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