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첫 해 외교정책' 미국 내 평가 온도 차...동맹 복원 노력은 긍정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오르기 직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언론매체들은 칼럼과 기고문 등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취임 첫 해 외교정책에 다소 엇갈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과 파트너십 복원 노력은 대체로 긍정 평가하면서도, 그 성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레고리 트레버턴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은 26일 미 주요 일간지 ‘LA 타임즈’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정책에서 합격점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NIC를 이끌었던 트레버턴 전 위원장은 기고문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국제무대에서 리더로서의 명성과 이미지를 회복하고 다자주의로의 복귀를 위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를 가장 먼저 거론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철군 계획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의 리더십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사안별로, 그리고 수많은 결정들을 통해 얻어지는 것인데 바이든 행정부가 프랑스에 사전 공지 없이 영국과 호주에 핵잠수함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은 ‘지울 수 없는 실수’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동맹국들은 도박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한 번 목격한 그들은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 만큼 미국 정치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레버턴 전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연속성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탈퇴 결정을 번복했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는 재가입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지적재산 도용을 억제하는 데 진전을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에 있는 중국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부과된 관세 철폐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문제가 없어도 마땅히 해야 할 기술 분야에 대한 국내 기초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위해 ‘중국 위협’을 내세우고 있는 것 같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첫 해 외교정책에서 대중 접근은 ‘미완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칼럼니스트는 최근 게재한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 팀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 아래 4년 동안 무시된 미국의 국제적 동맹과 파트너십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옳은 일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에서 미국의 최대 강점은 ‘상호의존망’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동맹과 파트너십 회복 작업을 시작했고 아프간 문제에 대한 협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공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은 동맹 갱신으로 인해 아시아에서도 더 강력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는 중국의 아시아 지배에 대한 최고의 견제책이고,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 ‘하드 파워’ 측면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군사 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호주, 영국과의 연합 ‘오커스’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올해 외교정책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래된 적들이 바이든 대통령 외교정책의 중심점을 방해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래의 국가안보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하지만 과거 갈등이 계속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중국과의 경쟁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문제 등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세계와 경쟁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원했던 대로 중국 문제에 완전히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해외순방 계획 축소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전략안보센터 에마 애쉬포드 선임연구원과 매튜 크로닉 부국장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세계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두 사람은 이 글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인 오미크론과 이란 핵 합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NPR) 보고서에 미 대외정책의 중점인 중국으로의 자산 이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업무의 상당 부분이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을 재건하는 것이었다며, 이것은 동맹과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다자간 체제를 다시 활성하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21일 워싱턴 청사에서 2021년 결산 회견을 하고 있다.

[녹취: 블링컨 장관] “We’re much more aligned with our allies and partners now than we were a year ago on nearly every issue, including Russia’s aggression toward Ukraine and its neighbors, Iran’s nuclear program, and China’s efforts to challenge 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와 접경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성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노력 등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우리는 1년 전보다 동맹, 파트너들과 훨씬 더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프간 철군 사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이것이 힘들 줄 알았고 실제로 그랬다”며 “대피와 재배치로부터 미래를 위해 배우고 있는 교훈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We knew this would be challenging. It was. And there are lessons from the evacuation and relocation that we’re learning for the future. But this is also the first time in 20 years that no U.S. troops are spending the holidays in Afghanistan, and we’re not sending a third generation of American soldiers to fight and die there.”

그러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휴일을 보내지 않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우리는 3세대 미군들이 아프간에서 싸우다가 전사하도록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윌슨센터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수석연구원은 ‘CNN’ 방송 기고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직면할 주요 대외 문제로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문제를 꼽으면서 “안타깝게도 모두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정치가 행정부의 유연성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