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외부 정보를 접한 주민들의 동요 확산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자 사설에서 “최고 영도자 동지의 사상과 노선을 유일한 지침으로,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철저히 관철해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은 특히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와도 영도자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열혈충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이날 노동절을 맞아 게재한 사설에서 “최고 영도자 동지를 일편단심 따르는 백옥같은 충성심을 간직하고 일심단결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건강 이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북한 매체들이 또 다시 김 위원장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독려하고 나선 겁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20일 동안 일절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김일성 주석 생일인 지난 15일 태양절 때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심혈관 수술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촉발된 건강 이상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고,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짤막한 동정 보도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독려’ 사설을 실은 것은 통상적인 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을 접한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난 4.15 태양절 때 안 나타났고 그 이후에도 외부 세계에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북한의 상당수 주민들도 알고 있다고 판단이 되거든요. 그런데 이게 지금 20일 넘는 상황으로 공백이 길어지니까 그러면 북한 내에서도 동요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매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김정은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그런 얘기들이 선전선동적인 측면에서 계속 나올 수 있죠.”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불참은 주민들이 내부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건강 이상설과 관련한 외부 언론의 보도나 국제사회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서도 북-중 국경 지대의 교류나 민간 차원에서 외부 사회와 전화도 할 수 있는 지금의 정보환경에서 상당수 주민들이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타이완 정보 당국이 김 위원장이 아픈 상태라고 밝혔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타이완에서 발행되는 영어 매체인 `타이베이 타임스’는 30일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추궈정 국가안전국 국장이 김 위원장의 건강 여부를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병이 난 게 맞다고 답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추 국장은 이런 발언이 자신의 견해가 아니라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타이완 정보 당국이 추 국장의 발언에 대해 언론 보도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타이베이 타임스’는 추 국장의 보고 뒤 후무위안 부국장이 추가 설명을 통해 입법위원들에게 추 국장의 답변이 언론 보도에 근거한 발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후 부국장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현재 갖고 있지 않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여전히 북한 정부와 군부를 통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에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이상이 있으면 발생할 일들이 포착되지 않고 있고 군 부대와 평양 내부도 평온한 상태라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또 평양 시내 사재기 현상이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부분적 현상으로 김 위원장의 신변과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김환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