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 장관 “북한 특이동향 없어…가짜 뉴스 확산 안타까워”

김연철 한국 통일부 장관.

한국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퍼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일종의 ‘인포데믹’, 즉 ‘가짜 뉴스 유행병’이라며, 북한에 특이동향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동선 등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선 함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연철 한국 통일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한 매체들이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이후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의 업무 관련 보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정상적인 국정수행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자신의 명의로 고령자들에게 생일상을 전달했고, 다음날 시리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지난 26일에는 삼지연시 근로자들에게, 다음날인 27일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일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달했다고 전했고, 28일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장관은 이런 사실들을 거론하며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 장관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 15일 태양절 때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 “올해 김일성 생일과 관련해 경축대회, 경축위원회, 중앙보고대회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으로 인해 취소됐다”며 “금수산 참배도 축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참배 불참이 특이동향이 아니고 신종 코로나 사태 때문으로 보느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공개 활동을 보면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올해만 해도 김 위원장에 대한 미식별 기간이 21일도 있었고, 19일도 있었다”며 김 위원장이 보름 넘게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특이동향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김 장관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평양에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정보 평가의 과정에 대해서 밝히지 않는 게 정부의 기본입장”이라며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김 장관은 “중국 의료진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보도에 대해 확인된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확인된 바가 없다”며 북한 내부에 이상 징후가 포착된 바 없다고 했습니다.

평양 내 사재기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평양 내 물가를 놓고 여러 설들이 있고 일부 올랐다는 얘기도 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한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선 인포데믹, 즉 가짜 뉴스 유행병으로 볼 수 있다며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촉발했던 첫 언론 보도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김 장관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미국 ‘CNN’ 방송 보도의 출처가 된 것은 ‘데일리NK’ 보도인데 북한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가짜 뉴스에 해당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묘향산지구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고, 김만유병원 의사가 수술에 참여했다고 지난 21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김연철 장관입니다.

[녹취: 김연철 장관] “김정은 위원장은 향산에 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고요. 향산진료소는 보건소 같은 곳입니다. 거기에서 시술이나 수술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닙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시술이든 수술이든 김만유병원의 의사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의 향상된 정보 능력을 강조하며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다고 거듭 자신 있게 답변한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 간 화상회의’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G20,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 사태 국제 공조를 위해 화상회의를 개최한 사례를 거론하며 화상회의 개최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김연철 장관입니다.

[녹취: 김연철 장관] “지금 현재 통신은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지만 화상회의를 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적극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8일 전화 협의를 가졌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두 나라 북 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들은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문제와 관련해 특이 동향이 없다는 정보 평가에 이견이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