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대다수 북한·이란 위치 몰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년 6월 미국 뉴욕의 한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과 이란을 주요 위협으로 보고 있지만, 두 나라의 위치를 아는 미국인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고, 위협을 이해하기 위해 정확한 국가 위치까지 알아야 할 필요성을 대다수 미국인은 느끼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이란은 미국에 위협을 제기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입니다.

댄 코츠 전 국가정보국장(DNI)은 재임 시절인 지난해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과 이란을 중국·러시아와 함께 미국에 대한 4대 위협국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코츠 전 국장] “I will begin with remarks on what I would describe as the BIG 4 – China, Russia, North Korea, and Iran”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 등 미 언론들은 최근 이란과 북한 문제 악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나라에 대한 군사작전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올해 주요 도전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 미국인은 두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모닝 컨설트’와 인터넷 매체인 ‘폴리티코’가 지난주 미 유권자 1천 995명을 대상으로 세계지도를 갖고 실험한 결과, 이란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응답자는 28%에 불과했습니다.

세계지도에서 국가 이름을 뺀 뒤 이란의 위치를 물었는데, 엉뚱한 나라를 지목한 응답자가 10명 중 7명을 넘었다는 겁니다.

‘모닝 컨설트’는 보도자료에서, 2년 전 실시한 북한에 대한 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관이 당시 ‘뉴욕타임스’ 신문의 의뢰로 미 유권자 1천 746명에게 질문한 결과, 지도에서 북한의 위치를 정확히 맞춘 응답자는 36%에 불과했습니다.

‘ABC’ 방송 등 여러 매체는 이런 결과가 흥미롭다며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북한 등 여러 나라의 위치를 물었지만, 역시 제대로 맞추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녹취: 미 시민] “North Korea? Maybe this area(Pakistan)? I don’t know.

전문가들은 지리에 관한 지식이 전 세계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많은 미국인은 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5일 VOA에, 많은 미국인은 외부의 위협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 같은 나라의 정확한 위치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question is, do I have to know where a country is in order to understand its threat to the United States? ...... What's critical is if these countries were neighbors like Canada or Mexico, the nature of the threat they posed would be very different.”

위협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처럼 이웃에 있다면 위치를 아는 미국인이 훨씬 많았겠지만, 먼 거리에 있는 위협국은 미 본토를 공격하기 전에 미군이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위치까지 정확히 알아야 할 큰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리학자인 하름 데 블레이 씨는 자신의 저서 ‘왜 지리학이 중요한가’에서, 미국의 힘이 전 세계 국가들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치에서 미국은 정작 지리 문맹이 가장 높은 사회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리에 대한 지식은 고립주의와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미국은 이와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지리학자인 알렉 머피 오레곤대학 교수도 과거 ‘뉴욕타임스’ 신문에, “시민들의 지리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국제 문제에 관해 대중의 여론을 오도하는 것을 견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닝 컨설트’는 2017년 조사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주로 북한의 위치를 정확히 맞췄다며, 이들은 무력보다 제재를 포함한 외교와 비군사적 해법을 찬성하는 경향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북한의 위치를 잘 모르는 응답자일수록 군사 개입을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겁니다.

미 ‘ABC’ 방송이 2017년 미 시민들에게 질문한 동영상에서도 이런 경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자] Do you think the United States should consider military action against North Korea?

[시민] I would say yes.

[기자] (세계지도를 보여주며)Where exactly is North Korea?

[시만] I don’t know. I’m horrible at geography.

이 여성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 검토를 찬성한다고 답했지만, 북한의 위치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작전을 검토할 경우, 주요 지지층인 교육과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백인들이 적극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베넷 선임연구원은 위협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미국인은 상대의 위치에 관계없이 테러집단이나 불량국가의 위협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위치를 모른다고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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