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3개국 여론조사, 미-북 협상 긍정 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많은 나라 국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외교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미-북 협상에 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들 가운데 4명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8일 전 세계 33개 나라에서 3만 7천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5월~10월 사이에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트럼프 대통령을 불신한다고 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여론이 대부분 우세했습니다.

유일하게 긍정적 평가가 많은 분야는 대북정책이었습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관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미국의 협상’을 평가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부정적 평가는 36%에 그쳤습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80%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협상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한국 응답자들도 7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는데, 진보층의 긍정적 평가가 90%로, 72%를 보인 보수층보다 훨씬 많았다고, 퓨 리서치센터는 밝혔습니다.

퓨리서치센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의 긍정적 평가와 관련해, 두 나라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로 인한 잠재적 파급이 가장 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적 여론이 높은 유럽에서도 미-북 협상에 관해서는 영국 66%, 네덜란드 64%, 독일 56% 순으로 긍정적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는 미-북 정상 협상에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았습니다.

퓨리서치센터는 북한을 제외한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5개 외교 분야에서는 모두 부정적 여론이 더 많았다며, 특히 ‘관세장벽’은 68%가 신뢰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66%,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60%, 이민자를 덜 수용하는 정책에 관해 55%, 이란 핵 합의 철회는 52%가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도자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역시 64%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나라는 필리핀 77%, 이스라엘 71% 순이었고, 유럽에서는 폴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20~30%로 매우 저조했습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최근 홈페이지에 갱신한 미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외교정책란에서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처럼 미-북 정상회담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후보가 4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 핵 협상에서 북한의 큰 양보가 없어도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을 계속할 것인가’란 질문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첫 아시아계 후보인 앤드루 양 후보, 털시 개바드 하원의원 등 4명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9명의 후보는 일부 조건이 부합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뒤늦게 대선에 뛰어든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8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건이 부합하지 않으면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과의 협상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만나서 설전을 벌이는 게 전쟁보다 낫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상기시키며, 북한과 대화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다른 것을 막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과의 접촉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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