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선언 5주년...북한, 대남 공세 강화

지난 2007년 10월 4일 평양에서 공동 선언을 발표하는 노무현 한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남북한 정상이 합의했던 10.4 선언 5주년을 맞아 북한이 대남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보수 성향의 여권에 대한 공격의 빌미로 10.4 선언을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합의해 발표했던 10.4 선언이 4일 5주년을 맞았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일제히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일방적으로 부정해 유명무실하게 됐다고 비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0.4 선언이 흐지부지 된 것은 한국의 현 정부와 새누리당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VOA’에 북한이 한국 정부는 물론 집권 여당까지 걸고 넘어가는 것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10.4 선언 이행문제를 정치 공세의 재료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10.4 선언을 존중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거듭 밝히고 선언에 담긴 사업들을 실천하기 위한 협의를 제안했는데도 북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한국측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다른 당국자는 10.4 선언에 대한 논의는 가능하지만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순 없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10.4 선언으로 민족 번영과 자주통일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게 됐다며 긍정적 의미를 한껏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애국과 매국,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류길재 교수는 편가르기를 통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치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게 북한측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민주당이나 야권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 10.4 선언을 그대로이행하겠다고 내걸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여러가지 대남 선거 국면에 개입하는 것은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 야권을 엄호하겠다, 지원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한편 한국 야권에선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가능한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10.4 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면 남북 경제연합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남북 경제연합을 열어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상회담을 일찍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대통령 취임식 때 북한 대표단을 공식 초청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6월쯤 남북 정상회담을 하도록 노력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10.4 선언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 추진,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와 해주 경제특구 개발 등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포괄적 협력 방안들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