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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폼페오 반중 발언 규탄…전문가들 “신냉전 구도 중국 편들기”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북한이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의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발언을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미-중 갈등이 체제와 이념을 둘러싼 신냉전 구도로 번질 것으로 보고 중국 편들기를 노골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5일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 기사에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의중국해 관련 발언을 두고 “중국 인민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모독”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대변인은 폼페오 장관이 “모든 것을 중국 공산당과 연계시켜 무작정 헐뜯는다”며 그 예로 “중국 언론은 ‘중국 공산당 선전기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중국 공산당이 초래한 위기’, 중국의 5세대 통신업체는 ‘중국 공산당의 도구’라는 식으로 우롱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오 장관이 북한의 사회주의 제도를 병적 시각으로 대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도 체질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중 관계가 홍콩 국가보안법 논란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폼페오 장관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불법”이라고 발언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깊어지자 연일 중국 편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당국 차원에서도 지난달 리선권 외무상이 리진권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만나 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또 북한 노동당 국제부 대변인은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한 폼페오 장관의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지난달 4일 담화를 내고 맹비난했습니다.

당 국제부 대변인은 담화에서 “폼페오가 다음 세기를 자유 민주주의를 본보기로 하는 서방의 세계가 되도록 하겠다는 망발을 늘어놨다”며 “당이 영도하는 북한 사회주의도 어찌해 보겠다는 개나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미-중 갈등이 단순한 경제 또는 군사 현안에 그친 게 아니라 이념 간 진영대결 즉, 신냉전 구도로 가고 있다고 북한이 판단하고 중국과의 사회주의 연대 차원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앞서 지난 5월 의회에 낸 ‘대중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주의 정권의 약탈적 경제정책과 군사 확장, 허위선전과 인권 침해를 규탄해 사실상 중국과 신냉전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낳았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내 외교안보 라인과 노동당 국제부장 등이 강경파로 바뀌었고 국제정세를 보는 시각도 미-중 간 신냉전체제로 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최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미-북 대화 주요 의제의 틀을 ‘비핵화 조치 대 제재 완화’에서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대 미-북 협상 재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언급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적대시 정책을 해제하라는 것은 일부 중국의 입김, 중국의 태도를 상당히 녹여 낸 그런 프레임으로 봐야죠. 예를 들어서 연합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는 중국이 계속 원해왔던 거니까, 즉 중국 입장을 상당히 대변해주면서 원했던 경제적 문제는 중국으로부터 해결하는 그런 대외정책 구도로 바뀌었다고 봐야죠.”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이 신냉전 질서를 전제로 중국에 밀착하는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형식상 수위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홍 실장은 미-북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면서 김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내비친 상황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아직은 북-미 협상에 대한 여지를 갖고 있고 미국과의 협상을 압박하는 국면이기 때문에 대놓고 당 국제부 수준의 담화를 낼 경우엔 상당 부분 북-미 협상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수위를 상당 부분 낮춰서 원칙적인 중국 지지와 함께 간접적인 미국 비판을 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미국 측으로부터 파격적인 협상 조건을 기다리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미 의회가 초당적 차원에서 대북 제재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대중 밀착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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