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과 일본, 한국 정부의 대응에 분명한 변화가 엿보이고 있습니다. 세 나라는 발사 이전만 해도 유엔 안보리에서의 제재 등 강력한 대응을 공언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유엔 안보리는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당시 닷새 만에 대북 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하지 않았습니까.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은 이번에도 북한 로켓 발사를 앞두고 안보리 차원에서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는데요. 하지만 발사 후 엿새가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답) 안보리 내에서 대응 방법과 수위를 놓고 회원국 간에 견해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6년 10월 핵실험은 국제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데 안보리 내에서 이견이 없었고요, 또 같은 해 7월 미사일 발사 때문에 1695호 제재 결의가 이미 부과된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안보리의 대응이 매우 신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과연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으로 봐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부터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요, 따라서 대응 수위에 대한 관계국들의 입장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문) 안보리는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곧바로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금까지 몇 차례 대응 방안을 협의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좀처럼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있군요?
답)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 사이에 뚜렷하게 의견이 나뉘고 있는데요. 안보리는 지난 5일 일본의 요청으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고요, 어제(9일)도 소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안보리 차원의 제재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가장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10일 한 발 물러선 모습입니다. 아소 다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결의안 채택이 바람직하지만 무의미하게 끝나는 결의안을 고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결의안 채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소 총리는 이어 성명도 있고 결의안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적절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제재 결의를 고집하고 있지는 않고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문) 지난 9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 발언을 보면 미국은 로켓 발사 전에 비해 입장이 누그러진 게 분명해 보이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로버트 우드 대변인은 미국은 강력한 대응을 원하지만 그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또 대응 방식이 제재가 돼야 한다고 특정 지은 적도 없다고 말했는데요. 안보리 성명 수준의 대응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이는 북한의 로켓 발사 전, 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반드시 상응한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당초 입장보다는 분명 완화된 느낌인데요. 안보리 의장성명이나 일반 성명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제재 결의에 비하면 크게 약한 조치입니다.
문) 미국의 입장에 왜 변화가 있는 겁니까?
답) 사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따라서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진전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목표이며, 따라서 로켓 발사 문제가 자칫 비핵화 진전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전략적인 결정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안보리 제재가 있을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고, 중국과 러시아도 제재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안보리 대응도 현실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문)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죠?
답) 그렇습니다. 앞서 러시아의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외무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포함하는 강력한 결의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현존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1695호, 1718호도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의 장위 외교부 대변인더 압력과 제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두 나라는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둘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결의안 채택이 불가능합니다.
문) 그렇다면 일본도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면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가 나오더라도 의장성명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답) 현재의 분위기로서는 그렇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사태의 복잡성과 유엔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안보리 결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었는데요, 신속한 대북 제재 결의를 요구해온 일본도 결의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안보리 성명 문구의 수위를 놓고도,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에 여러 차례 의견 조율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문) 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온다면 어떤 내용이 들어갈까요?
답) 일단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데는 안보리 내에서 이견이 없습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6자회담 내에서 외교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분위기도 조금씩 무르익고 있고요. 따라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은 반드시 들어갈 것으로 보이고요.
그보다 앞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은 이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기존 제재의 실효성있는 이행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으려 할것이고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개발이 자제를 촉구하면서,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는 문구를 피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