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앞으로 농민들이 토지경작권을 사고 팔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중국 당국은 오는 2020년까지 농촌 소득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토지경작권 매매를 비롯한 농촌개혁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사회주의식 중국 농촌경제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김연호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중국 당국이 이번에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인데요, 시행시기나 세부사항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되겠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내놓은 농촌개혁안은 농민들이 토지경작권을 사고 팔 수 있고, 토지경작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도 빌릴 수 있게 했습니다. 토지경작권 시한도 30년에서 70년으로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도시지역 토지 사용시한과 같아지게 되는 겁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농민은 땅을 일궈먹을 수 있는 권리, 토지경작권만 갖고, 땅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는 모두 국가가 갖고 있습니다. 중국 농민은 땅에서 나는 일정한 생산량을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를 각자 챙기고 있는데요, 이번 농촌개혁안에서 토지소유권은 건드리지 않았지만, 다른 여느 상품처럼 토지경작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만으로도 중국 농촌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MC: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짚어보죠. 중국 농민들이 토지경작권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앞으로 뭐가 달라지는 겁니까?
기자: 우선 대규모 농장이 나타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이 토지경작권을 사들여서 큰 농장으로 한데 묶을 수 있는 거죠. 농장이 대형화되면 그만큼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은 땅을 여럿이 나눠서 경작할 때보다는 훨씬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씨앗이나 비료를 살 때 대규모로 사들이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구요, 땅이 넓어지기 때문에 기계화 농업이 가능합니다. 놀고 있는 땅도 이런 대규모 농장이 경작권을 사들여서 관리하면, 중국 농촌 전체적으로 볼 때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MC: 농민들이 토지경작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변화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농민들이 다른 데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농민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싶어도 담보 잡힐 게 없어서 빌리지 못했습니다. 반면 도시에서는 이미 토지경작권을 담보로 은행대출이 이뤄지고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도시와 농촌 사이의 이런 차별이 없어집니다.
여기에다 농사짓는 땅 뿐만 아니라 거기에 딸린 집도 사용권을 팔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꽤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중국경제에서 농민들이 새로운 투자자로 떠오를 날이 머지 않은 겁니다.
MC: 중국 정부가 이런 변화를 몰고 올 농촌개혁안을 결정한 배경은 뭡니까?
기자: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경제는 그동안 수출에 크게 의존해왔는데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이 금융위기로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수출도 크게 줄었습니다. 아직은 중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과거처럼 경제가 과열되는 걸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중국 당국은 앞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이고 국내 수요를 더 늘리는 수단으로 농촌경제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씀씀이가 커져야 하는데요, 농민들이 돈주머니를 두둑이 불릴 수 있는 방법으로 토지개혁을 제시한 겁니다.
MC: 이번 토지개혁안을 보면 도시와 농촌의 차별을 없애는 조치들이 두드러지는데, 이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겁니까?
기자: 그동안 중국은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가 심해서 농민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도시는 지난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반면, 농촌은 여러 규제에 묶여서 개발이 뒤떨어진 게 사실인데요, 불만을 참지 못한 일부 농민들이 곳곳에서 시위를 벌여서 사회불안을 낳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오는 2020년까지 농촌 소득을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이번 농촌개혁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지난 해 중국 농촌의 1인당 소득은 6백 달러를 밑돌았는데요, 2020년에는 1천2백 달러까지 올려놓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1천 5백만 명에 이르는 농촌 극빈층의 문제도 풀릴 것이라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입니다.
MC: 지금까지 농민의 토지경작권 매매를 허용한 중국의 농촌개혁안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