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인 조선노동당이 지난10일로 창건 63주년을 맞았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와 관련해 두 차례에 걸친 특집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노동당이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경제난 이후 당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창건63주년을 맞은 지난10일. 북한의 조선중앙TV 는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축하문이 전달됐다는 소식을 뉴스 첫 머리에 전했습니다."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께 조선노동당 창건63돌에 즈음해서 반제민족민주전선 중앙위원회에서 축하문을 드렸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은 노동당이`모든 조직들 가운데 가장 높은 형태의 혁명조직'이며, '모든 활동은 당의 영도 밑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당이 실제 북한주민들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떨까요.
한국에서 발행되는 인터넷 매체인`데일리NK'의 북한 전문가인 손광주 편집장은`절대적이고 결정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지난 60년 간 북한주민에 미친 영향이란 것은 결정적이죠. 노동당이 북한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절대적인데, 첫 번째가 조직생활, 두 번째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교양, 선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당은 북한사회의 모든 조직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이라면 당원과 비당원을 막론하고 모두가 직맹이나 여맹같은 당 외곽조직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통제와 사상 교육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삶의 터전인 기업소나 군 등 모든 기관에 당 조직이 침투해 있어서, 생활 전반에 걸친 통제가 이뤄집니다. 북한농업과학원 출신으로, 1995년 한국에 입국한 이민복 기독북한연합 대표의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서 공장에서 공장장하고 당 비서가 있으면 사람들이 당 비서를 더 생각한다구요. 물론 말로는 공장장이 우선이고, 당 비서는 공장장을 받들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게 뒤집어지냐 하면, 당 비서가 인사권을 갖고 있거든요. 한 사람의 출세나, 평점, 승진, 대학 진학 등 모든 것을 당 비서가 휘두르거든요."
북한주민들의 삶에서 노동당의 절대적인 위치와 영향력은60년 이상 계속돼 왔습니다. 하지만 당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신뢰는 더이상 예전 같지 않습니다.
'우리의 집은 당의 품'이라는 노래처럼, 과거 당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 속에서 계급적 평등을 상징하는 따뜻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1990년대 경제난과 함께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당에 대한 믿음에도 균열이 생겼습니다. 다시 손광주 편집장의 말입니다.
"노동당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신뢰는 적어도90년대 이전까지는 상당히 깊었고. 그렇기 때문에90년대 중반에 북한주민들이 가만히 앉아서 굶어죽었어요. `당이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데90년대 중반에 당이 먹여 살려주지 않는단 말이에요. 그래서 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죠. 두 번째는90년대 들어와서 당이 부정부패가 아주 심했습니다. 당 간부는 당당하게 빼먹고, 보위부는 보란듯이 빼먹고…"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권력에 있는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함께 늘어났고, 당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군도 마찬가지 입니다. 과거 북한 군인들은 당원이 되지 못하는 것을 최대의 수치로 여겼습니다. 하지만90년대 이후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의 공군 대위 출신으로 지난2006년 한국에 입국한 박명호 씨의 말입니다.
"제가1981년에 입대했는데요. 사병에서 하사관으로10년 복무하고 제대할 때, 입당 못하고 제대하면 사회 나가서 장가가기도 힘들다는 분위기였어요. 80년대까지만 해두요. 그러던 것이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대자들이 입당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입당 못해도 괜찮다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배급에만 의존하던 과거에는 당원이 된다는 것이 대단한 명예였고 출세의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배급체계가 붕괴되고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당원보다는 능력있고 돈 잘버는 사람을 선호하는 풍토가 늘어났다고 박명호 씨는 말합니다.
"입당하면 어떻고, 입당 못하면 어떻고 사회 가서 벌어먹기는 매 한 가지다. 농촌 가나 어촌 가나 당원이 차고 넘치고. 그러니까 오히려 군대를 나오지 않아도 사회에서 직업적으로 능통한 비당원이 더 나은거예요."
물론 지난60년 간 당 우선의 사상교육을 받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당은 여전히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인민 생활을 높인다는 당의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당 자체가 김정일의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주민들의 존경과 신뢰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서울에서 자유북한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민 씨는 당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인식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의 명칭보다, 조선노동당이라는 명칭을 더 마음 속에 친근감을 가졌던 거예요. 김일성과 김정일과 조선로동당은 동일어였어요. 80년대 말부터 식량난,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북한주민들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지도력을 의심하기 보다는, 노동당의 정책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의문을 표출하기 시작했죠. 물론 지금도 북한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명히 노동당이예요. 하지만 이제는 처벌이 두려워서 사람들이 마지 못해 기대 있는 조직으로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