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을 내린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전세계 곳곳에서는 중국 정부의 인권 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 내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강제북송을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각종 집회와 공개서한 발송, 단식 등이 두드러졌는데요,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베이징 올림픽이 17일 간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성대하게 막을 내렸지요. 하지만 인권 분야에서는 올림픽을 통해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진 것 같지 않아서 실망스럽기도 한데요. 그동안 올림픽을 앞두고, 또 올림픽 기간 중에도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강렬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사실 탈북자 지원 단체 등 인권 단체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초부터 이미 베이징 올림픽을 중국 인권 개선의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전개돼왔습니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개최한 '북한자유연합'을 비롯해서 미국와 한국, 또 유럽 등 여러 곳에서 중국이 올림픽 개최국에 걸맞는 수준으로 인권 상황을 개선하도록 요구했었죠. 특히 중국 정부가 탈북자에 대한 검거와 강제북송을 즉각 중단하고, 이들이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였습니다.
문: 미국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것 같습니다.
답: 네.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자 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는데요, 상하원에서 60여명의 의원들이 공동서명자로 참여했습니다. 미국 하원은 탈북자 문제를 포함해서 중국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결의안도 채택했구요, 무엇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또 유럽 의회와 영국 찰스 왕세자 등도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었죠.
문: 올림픽이 시작된 뒤에도 중국 정부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됐고, 워싱턴에서는 탈북자가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지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3월 미국에 난민 지위로 정착한 탈북자 조진혜 씨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 소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보름 간 단식을 했고, 한국에서도 인권단체 관계자가 워싱턴에 직접 와서 단식에 동참하기도 했죠. 하지만 올림픽이 시작된 뒤에는 경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 언론들의 경우에도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는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춘 기사나 보도가 많았지만,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에는 인권 관련 보도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문: 그런데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인권 문제에 있어서 침묵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 내 탈북자 상황도 개선되지 않고 있구요.
답: 그렇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 취재팀이 중국과 북한 국경지역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검거를 오히려 강화했구요, 강제북송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베이징에서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에 남아있던 탈북자들이 체코로 이동했는데요,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돌발 행동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요구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는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문: 안타깝군요.
답: 탈북자 문제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제사회가 제기해온 중국의 인권탄압과 관련해서도 개선된 것이 없는데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올림픽 기간 중에 티베트에서 시위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유혈진압이 계속됐다고 말했습니다.
문: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사실 과거 어느 때보다 중국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나아진 것은 없다...참 답답한 심정인데요. 앞으로 실질적인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답: 이번 올림픽을 치르면서 인권 분야에서 가시적인 개선은 없었지만, 그래도 앞서 여러 가지 노력과 정치적 움직임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조금 더 확대됐다는 점은 성과라고 할 수 있겠죠.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렇게 인권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꾸준히 확대하고, 또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개선 압력을 더 많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또 이번에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정상이 공동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미국과 한국 정부도 정치적 차원의 입장 표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전개해야 한다는 것도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