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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대통령, “이란, 이라크 운명될 수 있어”


이란이 핵 문제로 서방과 계속 대치할 경우 이라크와 같은 운명이 될 수 있다고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가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리비아 측의 발언이 흥미로운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지난 5일 아프리카 튀니지아를 방문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현재 이란이 핵 문제와 관련해 하고 있는 일들은 모두 헛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일 이란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란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은 이라크보다 강하지 않기 때문에 저항할 능력도 없다는 겁니다. 카다피 원수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나라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MC: 이란이 이라크와 같은 운명을 겪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지난 2003년 3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침공을 받아 무너진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전쟁이 시작된 지 20여일만에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면서 후세인의 24년 철권통치도 막을 내렸습니다. 후세인은 연합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미리 바그다드를 빠져나갔지만 결국 그 해 12월에 붙잡힌 뒤

3년 만인 2006년 12월 처형됐습니다. 당시 부시 미국 행정부는 이라크가 불법으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이라크 측에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후세인 정권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부시 행정부가 결국 이라크 침공을 단행했던 겁니다.

MC: 그런데 사실 리비아도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서방 측과 대립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리비아도 수십 년 동안 핵무기 능력과 화학무기,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추진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80년대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으로부터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았는데요,

그러다 지난 2003년 말 리비아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리비아는 특히 자발적으로 모든 핵 물질과 시설을 먼저 폐기하고 난 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적 고립상태에서도 벗어나는 이른바 리비아식 대량살상무기 포기의 전례를 만들었습니다. 미국은 상응 조치로 지난 2006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외교관계도 25년만에 복원했습니다.

MC: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전격적으로 포기했던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당시 이라크 상황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했을 당시는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받던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고, 미군25만 명을 배치한 상황이었습니다. 리비아의 카다피 원수에게는 분명히 큰 자극이 됐을텐데요,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마저 어려웠던 리비아는 영국에 중재 역할을 요청해 결국 미국과 합의를 맺은 겁니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카다피 원수가 이란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서방 측과 핵 문제를 풀라는 경고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MC: 현재 이란 핵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새 협상안에 대해 이란이 지난 주말로 잡혀있던 비공식 시한을 넘긴 뒤 지난 5일에서야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강대국들이 마련한 보상책에 응답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상책에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면서, 강대국들이 제각각 보상책을 내놓지 말고 한꺼번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MC: 강대국들은 이란 측의 반응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협상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란의 지적은 유엔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섯 개 상임이사국들과 독일은 이미 지난 6월 이란의 핵 활동 중단에 상응한 정치, 경제, 안보상의 보상을 담은 협상안을 제시했는데, 이란이 지금까지 대답하지 않다가 갑자기 엉뚱한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겁니다.

MC: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활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근거는 뭡니까?

기자: 이란이 개발 중인 우라늄 농축 기술이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우라늄 농축 계획을 18년 동안이나 철저히 숨긴 전력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은 이란이 이런 의혹을 씻을 때까지 일단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MC: 지금까지 이란이 핵 문제로 이라크와 같은 운명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발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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