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이 축소됐고, 북한 비핵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국의 한 민간연구소가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미국신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 핵 6자회담으로 플루토늄 관련 시설 불능화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달성하는데는 회의적인 전망을 밝혔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미국신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정세에 관한 새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 소장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국이 중동 지역 등에 집중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개입하면서 아시아 지역에 야기된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미국의 능력 상실(Inability)”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캠벨 소장은 11일 워싱턴에서 미국신안보센터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된 점을 언급했습니다.
캠벨 소장은 “미국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아시아 등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 기회비용을 치렀다”면서 “전략적인 측면에서 과연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충분히 관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관해서도 “플루토늄 원자로의 폐쇄와 불능화라는 진전을 이뤘지만, 북한 정부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핵을 포기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핵 확산 활동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북한에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북한이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 같지 않다”면서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6자회담이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해 북 핵 문제에 관여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국과의 동맹이라는 것도 보고서의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부시 정부가 최근 한미 동맹 강화와 확대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의 의견이 자주 대립해 위기에 처했었다”면서 “한미 동맹을 재정립하고, 북한 문제에 관해 상호 지지적인 입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