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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년 1월 최고인민회의 개최 예고…"사회통제 강화 주요 의제로 다뤄질 듯"


지난 9월 북한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지난 9월 북한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북한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 이어 내년 1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자율적 경제활동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의제들이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3차 전원회의가 6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이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2023년 1월 17일 평양에서 소집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내각의 사업 정형과 내년 과업에 대한 문제, 올해와 내년의 국가 예산에 대한 문제,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과 관련한 문제, 중앙검찰소의 사업 정형에 대한 문제, 조직 문제가 토의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는 과거엔 정기회의가 통상 한 해 한 번씩 개최됐지만 최근 수년간은 두 차례씩 열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이달 하순 연다고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 사업의 방향을 결정한 뒤 곧바로 내년 1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과 세부 예산을 논의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서 다뤄질 평양문화어보호법과 중앙검찰소 문제에 대해선 외부 문물 차단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류' 유입으로 북한 청년층 사이에서 한국식 말투와 옷차림 등이 확산된 지 오래됐다며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북한 당국이 외부 문물을 차단하려는 대응책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2021년 상반기에 나온 북한 내부 학습자료를 보면 어느 한 시에서만 9천여명의 고급중학교, 고등학생들이 외부 영상을 시청했다가 자수했다 이런 대목이 나오거든요. 그 다음에 3천여명의 학생들이 불순 녹화물을 반납했다 이런 대목이 나오거든요. 그렇게 보면 언어사용법 이런 게 매우 광범위하게 한류 영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고요.”

북한은 앞서 지난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한국 영상물을 유포하는 사람을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외부 문물 유입에 민감하게 대응해 왔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북한 당국이 최근 대민 선전에서 국가제일주의,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특히 강조하는 양상이라며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은 애국심을 높이고 자본주의 외래 문물을 배격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최고인민회의 주요 의제로 중앙검찰소 문제가 언급된 데 대해서도 사회 통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박사는 북한이 사회 통제 기제로 최근 수년 사이 여러 분야에서 법을 만들고 정비했고 집행기관인 중앙검찰소의 위상도 소장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보임될 정도로 격상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이번 회의에서 법집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기본적으로 국가의 법적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법 기관들 다 정비하고 지금 전면배치하는 방향이거든요. 그 차원에서 이번에 중앙검찰소 사업 정형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좀 더 다잡겠다 그런 게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6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사회급양법의 채택과 중앙재판소 판사, 인민참심원 소환과 선거에 관한 문제 등이 의안으로 상정됐다”고 한 발언을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사회급양법에는 사회주의 상업의 한 부문으로서의 사회급양의 사명과 성격이 규제돼 있다”면서 “인민들의 식생활 수요와 편의 보장, 나라의 요리기술 발전을 위한 사회급양망의 조직과 운영에서 엄격한 제도와 질서를 세우고 그에 대한 행정적 지도와 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데 나서는 원칙적 문제들이 밝혀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회급양은 식당이나 음식판매점을 의미하는데 북한에선 국영식당과 국가로부터 개인이 합법적으로 임차해 운영하는 협동식당 그리고 불법 음식판매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급양법은 그동안 확산 추세였던 협동식당이나 장마당 음식 판매점에 대한 중앙 통제 강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에선 당국의 용인 아래 사경제가 확대됐지만 사경제를 최대한 국가 통제 하의 공식경제로 재흡수하려는 게 최근의 정책기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핵무기 만들고 미사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걸 만들려면 중앙에서 자원을 통제할 수 있어야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별 수 없이 이런 식으로 그동안 하부 단위에 위임했던 재량들을 많이 거둬 들이고 이런 것들을 최대한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는 게 지금의 국가정책 목표에 더 맞는 거죠.”

이 법이 식량난 심화에 따른 국가의 식량 통제 강화 조치의 하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당국의 묵인으로 확대된 불법적인 식당과 음식판매점들을 정비한다는 구실로 세금을 걷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아무나 식당을 만들면 안되고 국가나 기관들에 등록해서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까지 무질서하게 진행됐던 부분에 대한 규제를 하면서 식당 영업을 통해서 이뤄지는 자금의 흐름에서 일정한 정도의 세금을 국가가 받아들이기 위한 조치도 들어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돼요.”

한편 오는 최고인민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장할지도 주목됩니다.

김 위원장이 이달 말 열리는 당 전원회의에 나올 경우 최고인민회의에 연이어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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