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실무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은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미국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산적한 국내외 현안 때문에 미국 내 북한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실무 협상 이후 북한은 여러 경로로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북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결렬 직후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김명길 순회대사(지난 5일)]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김명길 대사는 귀국 길에는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있다”며 미국에 공을 넘겼습니다.
북한은 이어 지난 1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거듭 미국이 실무 협상에 빈손으로 나와 협상을 결렬시켰다며, 자신들이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들을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유엔총회에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나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습니다.
[녹취: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지난 14일)]“We take this opportunity to denounced and reject as the serious act of provocation against DPRK. The statement made by EU country, including United Kingdom, France and Germany, that call for complication of the closed door meeting of the year Security Council at the instigation over the United States.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북한에 대한 심각한 도발 행위로, 미국이 이를 사주했다는 겁니다.
지난 16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른 김정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에 의연 어렵고 난관도 많다”며 미국 주도의 제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언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 협상 결렬에 관한 미국의 직접적인 언급은 지난 5일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창의적인 방안을 가져갔고 북한 측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발표한 게 전부입니다.
이후 나온 북한 관련 고위급 관리의 언급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와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제재 유지’와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과 핵 교환’ 등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없습니다.
주목되는 건 대북 협상 관련 핵심 당사자들에게서 아무런 메시지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입니다.
미국 대표로 실무 협상에 참가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해 비핵화 협상의 컨트롤 타워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협상 결렬 이후 북한과 관련한 발언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종종 북한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현 시점에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대외적으로 현재 미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터키의 시리아 침공 문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폼페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최고위급 인사들을 17일 터키에 파견했습니다. 미국의 외교력을 시리아 문제에 쏟아붓고 있는 겁니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압박을 목적으로 직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조사를 요청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미 공화당과 민주당은 ‘탄핵’ 이슈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 언론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이들 현안에 집중할 뿐 북한과 관련한 질문은 어느덧 자취를 감췄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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