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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기자회 '북한 아파트 붕괴, 한국 세월호 보도와 대조'


17일 북한 평양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정부 고위관계자의 사과 발표를 듣고 있다.
17일 북한 평양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정부 고위관계자의 사과 발표를 듣고 있다.
최근 남북한에서 각각 대형 참사가 발생해 큰 인명 피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전하는 남북한 언론매체의 환경은 너무 대조적이란 게 국제 언론감시단체와 탈북자들의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3백여 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한국 언론들은 참사 발생 직후부터 현장 생중계 등을 통해 사고 소식을 국민에게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한국 언론들] “세월호에 가까이 와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정부의 허술한 대응 조치와 재난구조 체계를 비판했습니다. 또 희생자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과 대통령의 사과, 여론의 동향도 자세히 전했습니다.

하지만 평양의 아파트 붕괴 사고 소식은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나 지난 18일에야 처음 보도됐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건설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책임 일꾼들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표하고…”

그나마 북한 매체들은 사고 아파트의 이름과 구체적인 지역, 인명 피해 상황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시공감독 부실로 아파트가 붕괴됐다고만 전했습니다.

오히려 한국 언론들이 사고 장소가 평양의 신흥부촌인 평천지구로 92 세대가 입주했을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의 벤자민 이스마엘 아시아 국장은 19일 ‘VOA’에, 남북한의 참사 관련 보도가 완전히 대조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이스마엘 국장] “It is totally different from the South Korean media…”

한국은 매우 구체적인 내용까지 자세히 보도하는 반면 북한은 사상자 규모는 물론 사고 현장의 사진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당국이 검열한 내용만 선별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스마엘 국장은 이는 북한 정부가 주민의 알 권리와 견해, 진실의 중요성보다 지도자와 정권의 이미지와 체제 유지를 더 중시한다는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지방간부 출신인 미국 내 탈북 난민 정모 씨는 19일 ‘VOA’에 북한과 자유세계의 보도는 내용과 목적 자체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정모 씨] “한국이니까 저렇게 정부도 맘대로 욕할 수 있고, 좀 지나치긴 해도요. 그만한 자유가 있지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런 자유가 없으니까 항상 북한을 의심 속에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너무나도 판이하니까. 그리고 죽었으면 얼마나 죽었다고 명백한 게 없고… 그저 북한 정권의 실체가 그러니까 재간이 없는 거죠.”

정 씨는 지도자를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보도 내용을 조작할 수 있는 게 북한 관영매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붕괴 소식을 알리고 이례적으로 담당자가 사과를 한 것은 적지 않은 진전으로 본다고 정 씨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농업과학원 연구사 출신인 이민복 씨는 19일 ‘VOA’에,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가장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지도자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자유로운 비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민복 대북 풍선단장] “(북한은) 수령이 주민을 죽이고 온 나라를 제 맘대로 해도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존칭만 안 붙여도 잡아가는 나라인데 이 나라는 대통령도 잘못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막 잡아간다는 그 자체가, 이 나라가 희망이 있고 살 맛이 있는 나라다. 바로 자유라는 그 덩어리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죠. 투명하게 말을 할 수 있잖아요.”

국경 없는 기자회의 이스마엘 국장은 투명성이 없는 나라는 지도자가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스마엘 국장] “Without this transparency, they have not only no idea what…”

투명성이 없으면 국가 지도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국민이 감시할 수 없고, 조작된 정보와 부정부패가 만연해 국민이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난 해 5월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2년 연속 언론 약탈자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스마엘 국장은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와 선전선동이 계속되는 한 북한에서 언론자유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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